참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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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211.253.124.86 (토론)님의 2021년 4월 2일 (금) 15:15 판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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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만 있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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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땅을 파서 만든 참호를 중심으로 펼치지는 전투로 고대 로마 시절부터 있었던 전투 양상이지만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건 제 1차 세계대전의 서부전선이다. 속전속결로 프랑스를 끝내겠다는 독일군의 전략은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어그러졌고 이렇게 되자 독일군은 서부 전선에 깊게 참호를 파고 우주방어를 시전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네덜란드, 벨기에의 해안선까지 수십 km에 이르는 참호가 길게 이어졌다. 유일한 돌파 수단인 우회가 막히게 되자 공격측과 수비측은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한채 4년 동안 일진일퇴를 반복했다.

참호의 환경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여름에는 찌는 듯이 덥고 겨울에는 살을 에이는 추위로 고생하고 빗물이 안 빠지거나 지하수를 잘못 건드려 참호 안은 항상 물바다였기에 참호족 같은 침족병이 병사들을 괴롭혔다. 거기다가 대규모 인원이 생활하는 건 고려하지도 않았고 그럴 수도 없어서 참호 바깥에 모인 똥오줌이 역류한다든가, 모기와 벼룩, 이 같은 위생해충이 들끓었다. 쥐들은 참호 주변에 널린 사람 시체를 뜯어먹고 크기가 고양이만큼 커져서 대담하게 살아있는 사람도 습격했다.

서부전선 지대의 땅들이 죄다 진흙투성이여서 공격시 적의 장애물을 파괴하기 위해 벌인 대규모 사전포격으로 움푹 패인 구덩이가 이곳저곳에 생겼는데 이런 구덩이에 물이라도 고이면 사람을 잡는 죽음의 웅덩이로 돌변했다. 이런 웅덩이를 건너가겠다고 판자로 다리를 놓았지만 이렇게 놓은 판자가 튀어오르면서 병사들의 머리를 두들겨패거나 습기에 못 버티고 썩어서 건너가던 사람이나 부상병이 빠져 죽는 사건도 빈발했다.

계속 병력이 충원되다보니 아군 시체로 엄폐물을 삼고 돌격하다가 심하게 부패한 시체의 산 속에 다이빙하는 등 생각하기도 끔찍한 경험을 계속 겪은 병사들이 PTSD를 비롯한 정신질환까지 발병했으며, 싸우다 죽으나 명령 불복종으로 사형을 당하나 똑같다고 여긴 끝에 단체 항명도 빈발했다. 이에 당국은 총살형을 남발해 심심찮게 프래깅 사건이 터졌다. 후방의 높으신 분들과 달리, 이런 일반병들을 다독이고 인솔해 전투를 치러야 하는 일선 장교들은 죽을 맛이었다. 후방 지휘관은 전장의 상황을 전혀 모르니 차곡차곡 병력을 계속 밀어넣고, 일반병들은 명령에 불복종 하는데다가 사기 때문에 돌격시 장교들이 선두로 나섰다가 전사하는 경우도 많았다. 오죽하면 하루살이 소위란 별명까지 붙고 5분의 1이 전사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럴 수 밖에 없었던 게 제 1차 세계대전 초기에는 여러 가지 여건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포병은 대구경 포가 거의 없었고(현대전에선 소구경인 75mm 포조차도 이 땐 소수였다) 공업기술도 불량해서 포탄의 품질이 병맛이었다. 포탄의 품질도 조악한데 구조물 파괴에 효과적인 고폭탄은 별로 쓰이지 않았고(특히 영국) 파편을 잔뜩 채워 인명살상을 노린 유산탄이 많이 쓰였는데 이걸로는 참호를 박살내기엔 아무 쓸모도 없었다. 솜 전투같이 사전 포격을 엄청나게 퍼부었는데도 장애물 하나도 못 치웠던 경우도 있었다. 보병이 돌격하는 동안 포병이 좌표를 보고 포격하는 이동탄막전술도 도입됐지만 관측장비 부재, 보병과 포병간 무선교신 불가 등으로 성공한 사례는 소수였고 전쟁 중~후반기 되서야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보병의 화력 부족도 원인이었다. 당시 참전국 보병들의 제식 화기는 볼트-액션이 대부분이었고 현대에는 분대 지원화기인 기관총이 이 때는 대대 지원 화기로 취급되어 보병이 투사할 수 있는 순간 화력이 낮았다. 거기다가 화기류는 참호에 있는 적병을 '제압'만 할 수 있지 참호 자체를 날려버리는 폭발물은 아니었으므로 적병이 참호에 틀어박히면 이들을 소탕할 수단이 없었다.

이렇게 질질 끌리는 참호전을 타개하기 위해 피와 진흙의 요람속에서 인류는 더욱 효과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계속 개발해냈다. 기병의 역할을 대신해 정찰을 맡았던 비행기는 서로간의 공중전을 거치면서 전술폭격이 가능하진 공군으로 탄생했고 참호를 날려버리기 위해 땅굴을 파고 화약을 매설하는 과정에서 공병이 크게 성장했고, 참호에 틀어박힌 병사들을 몰아내기 위해 독가스를 살포하고 보병의 화력지원을 위해 전차가 탄생했다. 이렇게 신병기들이 투입되면서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날 시점의 군대는 현대전을 치를 준비가 된 새로운 군대가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