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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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군주 덴노(천황)를 한국 언론에서 낮추어 부르는 표현이다.

'일왕' 단어는 기본적으로 '천황'이라는 단어를 기피하는 일부 한국인들을 위해 대체 용어로서 사용된다.

천황이라는 단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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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일부 한국인들은 왜 천황이라는 단어를 기피하는가?

일제강점기와 천황 숭배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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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한국인들은 모두 35년 간 일제강점기를 겪었으며 당시에도 일본의 군주는 천황이었다. 조선총독부는 한일병합이 이루어지자마자 당시 한국인들에게는 생판 처음 듣는 천황을 갑자기 군주로서 모시기를 요구했다. 천황 본인에게 잘못이 있든 없든 한국인들에게 갑툭튀한 새 주인님을 모시라는 것은 거부감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1930년대 이후 일본 제국의 군국주의 파시즘이 천황의 이름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확산되면서 천황 숭배 강요는 더욱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게 되었다.

아무리 명작인 작품이 있더라도 그 팬덤이 여기저기서 깽판을 치면서 그 작품을 좋아할 것을 강요하고 다닌다면 그 작품을 싫어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천황 숭배 강요도 비슷한 맥락이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인들의 뇌리에서는 (천황이 실제로 폭정을 저질렀든 아니든 상관쓰지 않고) 천황=폭정을 일삼는 일본 제국의 우두머리=개새끼라는 공식이 박힐 수밖에 없었다.

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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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은 하늘의 왕 중의 왕, 즉 스스로를 신으로 여기는 의식이 담긴 단어이다.

천황이라는 단어는 7세기 중국 당나라에서 들어왔고 당시 일본이 중국을 모티브로 삼으며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신적인 요소를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

자기네 군주를 신으로 여기는 인식은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있었던 것이기에 일본이 천황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특출나게 비난받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한국을 지배하는 외부 민족의 지도자 이름이 신의 이름을 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인들에게 거부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던 것이다.

광복 이후 한국인들에게 천황은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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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일본이 천조국에게 원폭 두 방을 쳐맞고 광복이 이루어진다.

이제 마음껏 일본을 욕하고 천황을 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일본이 패망했다고 천황이 없어진 것은 아니기에 여전히 한국 정부가 일본의 군주를 지칭하는 표현은 원어 그대로 천황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일제강점기 당시의 천황을 기억 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리게 되었다. 이제 천황은 남의 나라 군주일 뿐이었고 일본과 일제강점기는 싫어도 굳이 천황을 언급할 상황 자체가 없다 보니 천황이라는 단어에 경기를 일으킬 일도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급격히 나빠지게 된다. 당시 일본은 세계 최고의 선진국 중 하나였고 한국은 대규모 수출국으로서 일본과 전보다 더 자주 교류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의 역사 교과서가 일제강점기를 축소, 은폐하려는 정황이 한국에까지 널리 알려진 것이다.

일왕이라는 단어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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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에게 천황이 다시 알려진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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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반일 정서가 퍼지던 와중 1989년 연초에 쇼와 덴노가 사망했다.

일본에서 천황의 사망은 엄청난 사회적 이슈로 여겨지며, 한국과 가장 가까운 국가의 원수가 사망한만큼 한국 언론에서도 이맘때쯤 천황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이는 다시금 한국인들의 뇌리에 잠재되어 있던 거부 반응을 일깨우고야 만다.

천황은 높여부르는 것 같으니 일왕이라고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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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부터 언론들은 비밀리에 약속이라도 했다는 듯이 일제히 천황을 '일왕'이라고 바꾸어 부르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 한국인들에게는 그동안은 잊혔지만 천황이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을 암묵적으로 가지고 있었는데, 신의 이름을 가진 천황을 일개 본이라는 국가의 으로만 지칭한다는 것은 이런 한국인들의 심리를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었다.

이후 1990년대에는 언론에서 천황을 언급할 때마다 계속 일왕이라고만 언급하면서 천황을 모르고 일왕만 아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식 명칭은 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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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언론에서의 발악에 불과했을 뿐 실제로 외교 활동을 할 때는 상대국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이기에 천황이 공식 명칭인데도 일왕이라고 낮춰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1998년에 일본의 군주를 칭하는 정부의 공식적 명칭으로 천황을 채택한다. 그 이후 정부에서는 꾸준히 '천황'이라고만 지칭해왔다.

한일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천황 vs 일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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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00년대부터 언론에서는 필요에 따라 두 단어를 선택적으로 사용해왔다. 한일관계가 나빠지면 일왕, 좋아지면 천황을 쓰게 된 것이다.

2000년대에는 국가 전반적으로 반일감정이 팽배했기에 언론에서 일왕 단어를 자주 볼 수 있었다. 2010년대부터는 한일관계가 개선되면서 일왕과 천황이라는 두 단어를 모두 볼 수 있었다.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개같이 실패한 후 2020년대에는 일왕이라는 표현의 빈도가 크게 줄었고 언론에서도 천황이라는 정식 명칭을 거리낌없이 사용하고 있다.

올바른 표기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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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혹은 원어 발음을 살려 덴노)만이 올바른 표기이다.

공식 명칭이 천황이고, 이미 대한민국 정부에서 천황을 공식 표기로 채택했으며 역사성에 있어서도 1980년대에 급조된 억지 단어 일왕보다 7세기부터 쭉 사용되어 온 천황이 더 근본 있다.

아직도 일왕 단어를 쓰는 언론이 있다면 주 시청자층이 반일 감정 그득그득한 영포티들로 구성되어 있는 유사언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왕 단어 옹호자들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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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은 역사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근본 있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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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역사는 이와는 전~~~~~~혀 다른 내용임이 틀림없으니 믿지 마시길 바랍니다.

전근대 동아시아의 외교 문서들을 살펴보면서 日王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것들을 증거로 들고 오며 '전근대에도 일왕이란 단어가 있었다! 예전에도 일왕이라고 잘 불러왔는데 뭐가 문제냐!'를 시전하는 작자들이 있다.

더 나아가 일본 자체적으로 천황을 王이라고 표기한 것을 근거 삼아 '일본 스스로도 황제가 아닌 왕이라고 인식한 것 아니냐?'라고 외쳐대기까지 한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첫 번째는 동아시아의 전통적 외교를 완전히 잘못 알고 나온 주장이다.

기본적으로 유교에 기반한 동아시아 국제관계에서 대외적으로 황제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것은 중국뿐이었다.

아무리 그 나라가 내부적으로 황제를 자칭하더라도 중국과 교역하려면 황제가 아닌 왕을 자칭해야만 했다. 일본도 중국과의 교역을 위해 왕을 자처했으며 중국도 일본을 책봉하는 입장에서 천황이라고 불러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왕 단어 옹호자들이 들고 온 단어는 주로 일본국왕(日本國王)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대부분의 일본국왕 용례는 천황을 지칭하는 표현이 아니라 쇼군을 뜻한다.

간혹 가다 천황을 일본국왕으로 칭하기도 했지만 이는 위에서 이미 말했듯 외교적으로 필요했기에 잠시 스스로를 낮춘 것일 뿐 대내적으로는 천황이라는 표현을 부정한 적이 없다.

그리고 그마저도 일부 사례일 뿐이며 대부분의 경우 일본국왕은 일본의 실질적 통치자인 쇼군을 의미했다. 천황은 허수아비가 된 지 수백 년이 넘었기 때문에 중국 조정에서 아예 관심이 없었으며 쇼군을 왕으로 인식한 것이다.

두 번째는 王이라는 한자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나온 것이다.

王은 기본적으로 (황제보다 낮은 군주만을 뜻하는) 좁은 의미의 왕만 말하지 않는다. 넓은 의미의 왕은 황제, 왕, 공, 술탄, 칼리프 등등 온갖 종류의 군주들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즉 황실을 왕가라고 지칭한다고 해서 황제에서 왕으로 급이 내려가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역사서에 나온 日王은 두 글자가 하나의 단어를 이루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본의 군주라는 뜻을 가진 어구로서 정식 명칭이었던 적이 없다.

마치 '한국의 국가원수'와 같은 표현처럼 말이다. '한국의 국가원수'를 하나의 단어로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오늘날 사용되는 일왕이라는 단어는 전근대 역사서에 나오는 일본국왕 단어와 그 어떠한 직접적 연관도 없으며, 1980년대 한국 언론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 갑툭튀한 신조어에 불과하다.

천황은 일개 왕을 신격화하는 우상숭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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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말하자면 21세기 시점에서 천황은 전혀 신격화의 의미를 갖고 있지 않은 고유명사이다.

앞서 살펴봤듯 천황이라는 단어의 유래는 분명 군주의 신격화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이는 전근대 일본에서 여러 국가들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였을 뿐이다. 천황을 신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다른 나라의 사례도 살펴보자.

서양에서 황제를 뜻하는 Emperor는 원래 로마 공화국의 군 통수권자인 Imperator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Emperor를 군 통수권자라고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Emperor=군 통수권자였다면 지금 유럽의 모든 국가원수들은 Emperor가 되어버린다.

러시아의 황제를 지칭했던 Тсар(차르)는 로마 공화국의 독재자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다.

어원이 가진 뜻이 그대로 유지되었다면 표트르 1세니콜라이 2세와 같은 역대 러시아 차르들은 전부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동일인인가?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몰래 브루투스로부터 살아남아 불로초를 먹고 2천 년 동안 러시아에서 왕 놀이를 한 것인가?

그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어원은 어원일 뿐 차르와 카이사르가 같은 뜻의 단어는 아니다.

천황도 마찬가지다. 하늘의 왕 중 왕이라는 뜻풀이는 어원에 불과하며 그 누구도 천황이라는 단어를 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천황은 본래의 의미를 잃고 고유명사가 된 것이다.

그리고 고유명사는 멋대로 교정해서 부르면 안 된다. 오뚝이가 올바른 표기라고 해서 브랜드 오뚜기를 오뚝이로 쓸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천황이 고유명사이고 정부에서 이를 인정한 이상 이를 일왕으로 고쳐 쓰는 행태야말로 이상한 것이다.

나쁜 놈들을 정식 명칭으로 불러줄 이유가 없다는 논리와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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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은 일제강점기를 유발하고 침략 전쟁을 주도한 나쁜 군주의 칭호이므로 좋게 불러줄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물론 군주가 나쁜 일을 한 것과 원래 이름으로 불러주는 것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리고 이 논리가 맞다고 치더라도 이중잣대가 된다.

영국은 19세기에 수도 없이 많은 나라들을 식민지배하고 착취했다. 이때 영국의 군주 이름은 King/Queen(왕/여왕)이었다.

이제 영국은 나쁜 놈들인 것이 밝혀졌으니 이를 낮춰서 잉글랜드 공, 앵글로색슨족 부족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은가?

아마 일왕 단어 옹호충들 중 그 누구도 영국 왕을 낮춰서 부르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냥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찰스 3세 왕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야말로 내로남불 그 자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