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에 근거한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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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주장에 대해 그 주장이 거짓 혹은 참이라는 것이 입증되지 않기 때문에 각각 참 혹은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귀납적인 충분성이 약한 오류에 해당하며 무지에 호소하는 오류로도 불린다.

객관적 사실, 검증의 한계, 상식, 이론적 가능성, 명제/의견/주장 등의 추상적 개념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이런 개념들의 관계에 대해 어느 한 부분이라도 착오를 하면 바로 이 오류로 빠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이 오류를 제대로 설명하려고 하면 할수록 내용이 어쩔 수 없이 상당히 복잡하고 난해해지는데 양해하길 바란다.

다른 한편으로 주장된 사실들은 곧바로 가치판단이 부여되기 십상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데 자세한 건 후술한다.

개념의 관계 및 오류의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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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류를 해부하기 위해서는 개념의 올바른 관계부터 알아야 된다.

  • 객관적 사실은 검증의 한계와 별개로 존재한다. 아기가 만류인력 등을 검증할 수 없다고 해서 그것들이 객관적 사실이 아니게 되지는 않는다.
  • 상식의 정의는 아주 애매한 편이지만 무지에 근거한 오류에서의 맥락의 경우 사회적이고 가변적인 것으로 정의된다. 이 정의의 경우 상식은 객관적 사실이 아닐 수 있고, 검증의 한계의 제약을 당하기 마련이며, 이론적 가능성과는 별개다.
  • 객관적 사실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이어야하지만, 모든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이 곧 객관적 사실은 아니다. 어떤 경기에 대해서 이론적으로는 A국이 승리할 수도 있고 B국이 승리할 수도 있지만 사실적으로 둘 다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검증의 한계와 이론적 가능성은 별개다. 태양을 공전하는 찻주전차의 존재를 검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개별적으로 따졌을 때는 지극히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인간은 이런 사실들을 잘 고수하지 않고, 이런 식의 오류에 빠진다.

  • 한계로 인해서 참 혹은 거짓이라고 '검증'할 수 없는 것은 객관적/이론적으로 각각 거짓 혹은 참일 것이다.
  • 어떤 명제에 대한 나의 의견은 이론적으로 가능하고, '내게는 타당하다고 간주되는' 근거들이 있다. 따라서 나의 의견은 반드시 객관적으로 옳다.

인간은 어떤 명제의 사실여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할 때, 그런 상황은 그 자체로는 무쓸모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참이나 거짓 중 어느 한 쪽으로 '가정'하려고 하기 마련인데, 그런 가정을 어느샌가 아예 '사실'로 취급하게 되는 것이 이런 오류의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오류의 양상, 영향,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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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에 근거한 오류는 아주 많은 분야에서 나타날 수 있다. 정의상 인간의 한계와 무관하다고 여겨지는 존재들, 가령 신이나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주장은 물론이고, 시간적으로는 검증이 불가능할 정도로 과거이거나 미래인 것에 관한 주장, 공간적으로는 관측가능한 우주 바깥의 공간, 가령 다중우주 따위에 관한 주장 등이 이런 오류에 빠지기 십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간첩, 마녀 등의 정의상 인지되기 어렵다는 존재들에 대한 주장도 이런 오류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주장이 궁극적으로는 음모론, 마녀사냥의 뼈대가 되기 때문에 사회적 해악이 크다. 다만 거짓으로 검증이 가능하지만 그런 검증 자체를 부정하면서 떼쓰는 음모론의 경우는 무지에 근거한 오류는 아니고, 원천봉쇄의 오류다.

무지에 근거한 오류는 정의상 반증불가능성에 기대기 때문에 비과학적이며, 과학성을 자칭할 경우 유사과학적이기도 하다. 이 오류에 대해서 명심해야할 것은 이런 오류를 범하는 주장의 '결론'이 반드시 거짓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디까지나 그런 결론으로 이어지는 '추론'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입증의 부담과 오류의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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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는 무지에 근거한 오류로써 어떤 것의 존재 혹은 비존재를 주장하는 경우 모두를 동등하게 다뤘지만, 사실 이 두가지 경우에는 비대칭성이 있다. 왜냐하면 악마의 증명과 관련해서 악마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그 증거를 나타내면 되지만, 악마의 비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비대칭성을 조정하기 위해서, 입증의 책임은 유일하게 입증의 여지가 있는, 존재를 주장하는 측에만 묻고, 존재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에 실패할 경우 비존재를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증의 부담의 원칙이 있다. 이런 입증의 부담은 단지 어떤 것의 존재를 주장하는 측만이 아니라 새롭거나 비상식적(여기서 비상식적이라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 가변적이다)인 긍정적 주장을 하는 측에도 적용된다. 특히 입증되어야할 것과 관련된 전문가가 그런 입증에 실패할 경우 그 입증되지 않은 주장은 거짓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수용된다.

법정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입증의 부담을 유죄를 주장하는 형사 측에 지워서 형사 측이 입증에 실패하면 무죄로 판단한다.

  • 매카시즘 - 매카시가 혐의자들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증거가 없으니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했다.
  • 이준석 vs 전한길 토론 - 부정선거론자들이 투표함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훼손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기타 주장들도 저런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