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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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이 관념 등보다 존재론적으로 우선이고 우월하다고 간주하는 사상. 여기서 물질은 기본적으로 관념과 별개인 것으로 정의하기 때문에 정의상 유물론자는 객관적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유물론은 기본적으로 기계적 유물론, 변증법적 유물론으로 나뉘는데 구체적인 사항은 아래에서 서술한다.
유물론의 맹아는 고대 그리스뿐 아니라 고대 인도 및 중국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고대 인도의 경우 차르바카학파가 물질이 존재의 근간이고 영혼도 물질에 의존하는 것이기에 영혼불멸 및 윤회 등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불교 등은 이러한 사고방식은 그들이 주장하는 바와는 달리 오히려 계속 고통을 이르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유물론자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고 불교 등을 반박하려고 했다.
고대 중국에서는 제자백가 대부분이 유물론적 경향을 띄었는데, 특히 두드러진 것은 법가다. 법가 측에서는 미신과 제사 등을 특히 경계하면서 이런 행위를 즐기다간 국가가 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시대 후에는 인도에서 불교가 유래하고 도교사상이 성장하면서 이전에 비해 유물론이 쇠퇴했지만 여전히 왕충과 같은 유물론적 사상가들이 꾸준히 나타났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기원전 6세기부터의 초기 철학자들은 매우 유물론적인 편이었고, 관념론 철학자들은 오히려 나중에 나타났다. 특히 플라톤이 나타나면서 유물론이 상당히 쇠퇴하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에피쿠로스 학파, 스토아 학파 등이 유물론의 명맥을 이었다.
이후 테르툴리아누스와 같은 초기 기독교 사상가들은 오히려 유물론 성향에 가까웠지만, 아우구스티누스가 본격적으로 기독교를 관념론과 결부지으면서 이러한 경향이 한동안 잊혔다.
그러다가 르네상스를 전후해서 에피쿠로스 학파의 문헌이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그 사상이 유럽 사상계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물론 이러한 유물론자들은 기존의 스콜라철학에 대치됐고, 어떤 경우에는 범신론 내지 무신론에 경도됐기 때문에 이따금씩 교계의 탄압을 당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자연과학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과거에는 과학이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되던 현상들도 과학적으로 규명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점차 현상들을 물질로 환원하기 시작하면서 유물론이 더욱 발전했다. 이 시기 급진파는 생명현상도 기계의 형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나중에 기계적 유물론자 혹은 그저 기계론자로 불린다.
이 시기 유럽의 철학 학파로 따졌을 때 경험론과 합리론에서는 각각 토머스 홉스, 바뤼흐 스피노자 등이 유물론적 주장을 폈지만, 18세기에 각각 조지 버클리,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가 이에 반대하면서, 경험론과 합리론 모두 유물론을 쇠퇴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유물론의 명맥은 계속됐고, 더 나아가 프랑스 혁명을 통해 정치적 영향까지 본격적으로 끼치게 됐다.
19세기 독일에서는 헤겔 청년파가 헤겔의 변증법은 받아들이면서도 관념론은 거부하고 대신 유물론으로 대체하려고 했다. 하지만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헤겔 청년파 역시 관념론에서 철저하게 벗어나지는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더욱 유물론적인 사상을 전개했다. 동시에 이들은 기존의 기계적 유물론을 속류 유물론이라고 비판하면서, 현실은 기계적으로 어떤 틀 안에 갇힌채로 진행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틀을 깨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유물론의 종류를 변증법적 유물론이라고 하는데, 사실 마르크스 본인은 이러한 표현을 쓰지 않았고, 마르크스 사후에 생긴 명칭이다.
20세기 초에는 변증법적 유물론 내부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전자, 방사능과 같은 기존의 원자 개념으로는 해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발견되자, 다름아닌 레닌 본인이 물질이라고 함은 단지 원자로 구성된 것만을 가리키는게 아니라 객관적 실체 모두를 통칭하는 것이라고 정의 자체를 수정했다. 이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러시아 혁명을 이르키면서 변증법적 유물론이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물론 이와는 구별되는 유물론의 분파들 역시 명맥을 잇고 있다.